여전히 전개속도가 장난이 아니긴 하지만, 본편은 그나마 가라앉은 기미를 보입니다. 전투양상도 간만에 차곡차곡 전개되고 있고요.
이러니저러니 해도 오랜 수도가 날아갔다는 건 대단한 충격이었죠. 기어스 친위대마저 쑥떡거리고, 제레미아가 직접 엄포를 가해야 할 정도였으니까요.
저번 편에서 도망친 반대자가 역시 사요코였죠. 그녀의 설명대로 당시 정황을 정리해보자면... 프레이야의 빛에 휩싸인 게 아니라, 약간 세게 쬔 것에 불과했다는 거군요. 어이구야. 슈나이젤의 지시대로 탈출정을 2개 준비해 한쪽을 은밀히 잽싸게 출발시켰다는 건데, 아주 어거지는 아니죠.
일단 탈출직전 로마이아가 슈나이젤과 연락 중이었는데, 사요코가 나나리를 찾아냈을 때, 자리에 없더군요. 그러고 보니 폭발 때도 다른 곳에 있었던 것처럼 연출됐죠. 로로가 탈출정을 찾아냈을 때도 나나리 없이 혼자 앉아있었고요. 그러니까 로로가 쫓아가 기체를 훔쳐 이륙장 근처에서 사고사시키려고 어정거렸던 대상이 로마이어가 탄 페이크 탈출정이었던 거죠.
나나리의 비행기는 다른 층에 있었던 건데, 사요코처럼 수색 및 추적에 유능한 인물이 생각보다 나나리를 찾아내는데 오래 걸린 게 이 때문이었을까요? 즉 그녀도 처음엔 로마이어를 쫓아갔다 나나리가 없는 걸 보고 재차 추적해 찾아낸 게 아닐까요.
슈나이젤과 합류 후, 사요코는 나나리의 신변을 염려해 계속 같이 있었지만 슈나이젤이 를르슈를 공격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려 드는데다, 나나리 자신의 결심도 보통이 아니었기에 사요코는 어떻게든 를르슈에게 진상을 알려 나나리를 구해내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제레미아의 한마디가 참 의미심장하죠. 생각해보면 일본인으로써 독립투쟁을 위해 흑기사단에 투신했던 그녀가 소속집단이 아니라, 브리타니아의 황제를 찾아온 게 이상하긴 합니다. 그녀 자신도 듣고 나서야 ‘그러고보니...’라는 식으로 의아하다는 표정을 짓는데. 평소 행동을 생각하면 역시 생각 없이 자연스레 움직이고 봤더니 이렇게 된 거겠죠.
물론 그녀 자신은 의식하지 못하겠지만, 행동기저에 일종의 책임감이 있는 게 아닐까요. 1년 전에도 기사단의 지시를 이행하기 위해서였다곤 하나, 자리를 비운 덕에 나나리가 납치돼 밥상이 엎어졌고, 한 달 전에는 자신이 좀 더 일을 신속하게 처리했다면 이런 식으로 어그러지지 않았을 거라는 식의... 물론 램플지 남매에게 사적인 정도 있었겠죠.
그렇게 생각하면 제레미아가 그녀를 맞이한 게 나름 자연스럽죠. 둘 다 비슷한 인간들이잖아요. 나라를 위해서만 봉공하는 줄 알았으나, 그들에게 진실로 충성을 바칠 대상은 나라가 아닌 인간이었으며, 더 나아가 바로 스스로에게 충의를 바치는 자들이라 이겁니다.
본편은 제목 그대로 슈나이젤이 노골적으로 가면을 벗는 게 여러모로 강조됩니다. 프레이야의 리미터를 해제했다는 걸 확인한 니나의 경악이 대표적이죠. 도쿄에서 터질 때 생각보다 약하다 했더니, 리미터가 있었단 말이죠. 니나도 기겁할 만 한 게 언제나 유피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며, 자신에게 선의로써 대해왔고 전쟁과 대의를 온건하게 조화시키는 발언을 하던 사내의 본색이 드러난 셈이죠.
프레이야의 위력만 과시하면 항복할 줄 알았다? 거짓말도 진짜 잘 하죠. 그 독종이 이 정도에 깨갱할 인물이 아니란 것은 지가 더 잘 알면서 말입니다. 항복권고를 위해 화상대담을 한 거라 둘러대지만, 이 친구야 를르슈에게 정을 꽂기만 하면 그만이었던 거죠.
그러고 보면 절대적인 멸망과 창조로 순환되는 파괴-슈나이젤 입장에선-를 행하는 병기에 미와 다산, 전쟁과 죽음을 상징하는 여신의 이름은 그런대로 어울리는군요.
나나리가 를르슈에게 대항케 하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고 한 순간, 여신상이 비춰지는데, 저게 바로 프레이야가 아닐런지. 이녀석은 나나리를 프레이야로 만들려는 걸까요? 그러고보니 코넬리아를 쏜 총도 여신상 밑에서 나왔죠.
반박하는 누이에게 설명하기 위해 콘솔을 키는데, 아마도 이때 기관총도 준비하고 있었을 겁니다. 코넬리아가 자신에게 절대 찬동하지 않을 거라는 걸 금방 눈치챘을 테니까요.
필요한 건 분란을 막지 못하는 인간의 ‘마음’이 아니라, 시스템일 뿐이라고 뇌까리는데, 나름 설득력은 있죠. 인간의 마음이 품은 빛과 그늘을 온전히 직시하는 논리를 품고 있으니까요. 다모클레스는 를르슈 같은 슈나이젤 본인의 적만이 아니라, 인간 그 자체의 머리 꼭대기에 박힐 칼이었던 거죠. 통 크게 나옵니다.
모님의 지적에 따르면 샤를르는 자신과 닮은 구석이 많은 를르슈를 자식 중에서 가장 예뻐했고, 슈나이젤을 가장 혐오했다는데, 그 이유가 제대로 나오죠. 샤를르도 슈나이젤도 인간을 향한 믿음을 접었다는 점에선 같으나, 애비는 초상적인 수단이긴 해도 모든 인간이 통하게 될 여지가 있다고 본 반면 아들놈은 인류의 이해력 그 자체에 가운데 손가락을 날리는 녀석이었던 겁니다.
슈나이젤의 본질은 검은 공책을 휘두르던 청년과는 좀 다르죠. 라이토의 경우 신이 되겠다는 열의와 확신에 찬 광신성마저 느껴졌는데, 이 인간은 그조차 없어요. 이전에 스자쿠의 추궁에 ‘그럼 황제가 되마.’라고 답했는데, 그에게 있어선 황제도 신도 어떤 절대적인 꼭대기가 아니라 필요하면 발을 딛고, 아니면 차버릴 수 있는 징검다리에 불과한 겁니다. 를르슈가 예고에서 말했던 대로 이 인간의 무서운 점은 해탈에 가까운 초탈성입니다.
근본적으로 얻을 것도 잃을 것도 없으며, 친동생들이 죽어나가던 수많은 죄악을 행하든 스스로에게 슬프다고 되뇌면서도 이를 받아들여야한다고 타인만이 아니라 자기 자신마저 완벽하게 속이는... 정진정명의 사이코 패스죠. 어떤 의미로 를르슈가 지향하던 확신인간의 정점에 도달한 인간입니다.
자신의 존재이유 그 자체를 부정하게 된 오래비가 고뇌할 때 흐르던 음악이 1년전 유피와 악수했을 때, 그녀가 죽어갈 때 흘러나왔던 ‘순수의 나날들’이더군요. 이 음악은 잠시 후 수많은 심경을 되비춥니다.
이전의 반신을 바라보는 기사, 자신에게 있어 가장 큰 죄업을 상기하며 나아가는 마왕, 일본으로 모이는 제국군과 본거지로 돌아가 태세를 재정비하는 연합군...
성각은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는 걸 되새기며, 대표대리들간에 격렬한 언쟁이 벌어지는데 흑기사단이 슈나이젤과 손을 잡고, 제국에 대항하는 것을 주창한 데 대해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자들도 있었겠죠. 하긴 그런 위험인물과 손을 잡는 게 달가울 사람이 누가 있겠어요. 그저 를르슈의 기어스와 그의 본질이야말로 일차타도대상이라 결론지은 것뿐이죠.
치바야 나름대로의 답을 얻고 기뻐하지만, 토도의 심경도 무겁습니다. 직업과 현재 정세 때문에 앞날을 알 수 없기에 누군가를 책임지고 싶지 않기도 했을 테고요. 살아 돌아오거든 식부터 올리자고 했을까요. 10년 동안 함께 했던 동지들 중에서 서로만이 남았으니 서로를 더욱 절실하게 원할 만도 합니다.
를르슈가 나나리와도 맞설 준비를 한 것처럼 카렌도 레지스탕스 시절의 옷을 다시 입으며 한때 자신의 새로운 출발점이었던 존재와 마주할 준비를 합니다. 즉위식에서 를르슈와 스자쿠가 그랬듯, 초심으로 돌아가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하고 싶었던 거죠. 나름대로 모범적인 기사였던 지노는 이전의 카렌처럼 자신의 뿌리라 할 나라와 싸우는 길을 택하고요.
개인적으로 말보다 영상으로 설명하는 연출을 좋아하는 지라 이 대목이 알싸하더군요. 배경음악도 적절했죠. 하긴 이들중에 진실로 원해서 피바다를 만드는 인간이 누가 있겠습니까? 그저 순수하게 내일은 오늘보다 나을 거라는 희망을 현실로 만들고자 나아가는 인간들밖에 없죠. 지구의가 돌아가는 장면을 보면서 이율배반적인 느낌이 들더군요. 그토록 발버둥치는 인간들이야 죽든 살든 세상은 척척 돌아간다는 듯한 생각이 든 한편, 그저 하루하루 버텨나가기 위해 애쓰는 인간들이야말로 이렇게 세상을 굴려간다는 느낌도 들어서요.
남매
기껏 연기 잘해놓고 C.C.에게 괜시리 땡깡을 부리는 걸 봤을 땐 ‘또 시작이네, 저거.’라는 생각만 들었습니다만... 가슴이 답답하다 못해 심근경색직전에 이르는데, 보는 사람이 다 아플 지경이었죠.
를르슈와 나나리는 서로에게 있어 모든 인간관계의 출발점이었죠. 나나리가 아는 지인들 대부분이 바로 를르슈를 통해 관계가 형성되기도 했고요. 소설에서 나나리는 자신을 대신해 세계와 마주하고, 또 대신 아파하고 상처를 떠안아준 데 대해 를르슈에게 너무도 미안해하더군요. 이 아이에게도 오래비는 세계의 축이었던 거죠. 물론 를르슈도 그랬고요. 9년 전 참극이후 일본에 보내진 뒤, 누구도 믿지 않게 된 를르슈는 나나리를 보살피며 지쳐가고 있었고, 나나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아니, 부자연스러웠던 몸 때문에 그녀가 오빠에게 품은 의존도는 훨씬 컸고, 를르슈가 어쩌다 자리를 비웠을 때는 발작을 일으키기까지 하더군요. 세계가 온통 적으로 가득 찬 것처럼 느껴진 상황에서 서로만을 믿을 수 있었지만, 답답한 현실 속에서 그네들은 또 다른 아군을 절실히 갈망했습니다. 그 후 스자쿠와 마음을 트게 되면서 두 사람은 타인에 대한 믿음을 어느 정도 되찾으며 구원받았고요.
를르슈가 처음으로 친구를 얻은 계기를 마련해준 것은 여동생이었으며, 이는 그 후에도 비슷했죠. 밀레이는 그와 처음 대면했을 때 그저 왕재수라고만 생각했다가, 청년의 까탈스런 언행이 모두 누이를 생각하는 데서 비롯됐다는 걸 깨닫고 달리 봤죠. 카렌 또한 를르슈에게 품고 있던 혼란스런 인상들을 나나리 덕에 정리했잖습니까...
한껏 비뚤어져 보이기만 하던 청년도 ‘인간’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해준 계기는 언제나 누이자신과, 그녀를 위해 헌신하는 오래비의 마음씀씀이였죠. 시스콘이란 지적도 하루이틀 듣는 건 아니지만, 그에게 나나리가 인간성 자체라는 평가는 결코 과장이 아닙니다.
소설판에서도 본작에서도 나나리는 다방면에서 오래비의 실체를 감잡아가고 있었다는 걸 가끔 비추곤 했는데, 이번 생환을 통해 를르슈에게 있어 가장 숨기고 싶었던 사안마저 모조리 들통났더군요. 를르슈가 스스로의 가면을 숨겼던 가장 큰 이유가 바로 누이에게 부담과 자책감을 안겨주기 싫어서였는데 말입니다.
죄는 어디까지나 스스로에게 있다면서 다시 한 번 위악의 인두겁을 뒤집어씁니다. 누이의 아픔을 덜기 위해서 이제껏 그녀에게 한 번도 내뱉은 적이 없는 비방을 해대면서요. 더 크게 다치길 바라지 않기 위해 또 다른 상처를 내는 짓이었죠. 그에게도, 누이에게도요.
하지만 떨리는 손까지 주체하질 못하고, 더는 못 보겠다는 듯 C.C.가 고개를 돌리는 걸 보면서 한없이 안타깝더군요. 개인적으로 이 순간, 샤를르가 를르슈를 꾸짖던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비록 강요된 선의이기는 하지만, 더 큰 아픔을 피하게 하고자 절대악의 가면을 썼다는 점에서 부자의 언행은 다를 게 없었으니까요. 이놈은 어째서 가면 갈수록 그리도 부정했던 부모들을 닮아가는 건지.
한편으로 깨끗하지만도 않은 희열감도 느껴지더군요. 모든 행동과 가치관에 있어 나나리에게 상시 얽매여 움직였던 를르슈가 처음으로 정면에서 누이를 부정했다는 것, 그리고 위악이 태반이상이긴 해도 그의 말에 나름대로 진실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이 또한 샤를르와 다를 게 없죠.) 남의 손만 더럽힌다는 비방... 편견으로 가득 차있고, 나나리의 진심을 의도적으로 씹어넘긴 지적이긴 했으나, 누이에게 있어선 나름 진실이었으며 회한의 근원 중 하나였죠.
무엇보다 중요한 말은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해 패도를 걷고 있다는 언사였습니다. 20화에서도 스자쿠가 나나리를 변명거리로 삼지 말라고 지적하자, 처음으로 인정하지 않았던가요. 자신은 나나리가 원하는 세계가 아니라 스스로가 원하는 세계를 위해 싸운 것이었다고요. 정리하자면 이 녀석도 이전엔 싸우길 회피해야 했던 누이, 그리고 자기 자신과 똑바로 마주서려 하고 있는 겁니다. 이것이 발전인지 퇴보인지는 불확실하지만 미약하나마 변화는 변화라 할 수 있겠죠.
프레이야를 쓴 슈나이젤은 인정하면서도 를르슈와 스자쿠를 용납 못한다느니, 슈나이젤의 피난유도구라를 그냥 믿는다느니 하는 식으로 나나리에 대한 비난여론이 급증하고 있는데요, 특히 이전까지 작중의 누구보다도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여줬던 그녀였기에 더욱 실망하신 분들이 많은 듯합니다. 하지만 좀 다른 식으로 생각해보고 싶군요.
나나리는 초반의 대담에서 슈나이젤이 프레이야를 썼다는 사실 자체보다도 를르슈에게서 진실을 듣는 데 마음이 쏠려 있었죠. 통신이 끝난 직후에도 오래비의 말에 적지 않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고요. 그녀에게 있어서 세상 무엇보다도 를르슈의 죄업을 확인하고 진의를 알아내는 게 중요했던 겁니다. 오히려 그 누구도 아닌 를르슈에게 그토록 즈려 밟히고도 미약하게마나 시민들의 피해를 걱정할만한 기력이 남아있다는 게 놀랄 지경이었죠. 잘 생각해보면 슈나이젤의 엉터리같은 핑계가 진실이 아니란 걸 금방 알 수 있을 거라고 하는 의견도 있습니다만, 곧바로 를르슈와 스자쿠에게 프레이야를 쓸 거라는 데 정신이 미치는 언행을 보세요. 오래비 때문에 그로기상태에 빠진 상황에서도 온통 그네들에게만 마음을 쏟을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특유의 거짓말 탐지기를 왜 안 쓰냐는 지적도 있지만 그럴 정신도 아니었죠.
그녀가 수많은 사람들의 안정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오라버니의 죄악을 끊기 위해 나섰다는 게 좀 부조리하기도 합니다만... ‘12국기’에서 방국의 겟케이가 누구보다 경애했던 봉왕을 죽였던 이유가 그의 압정에 힘들어하던 백성들을 위한 게 아니라, 갈수록 만백성에게 저주를 받아가며 죄업을 더해가는 주공의 모습을 볼 수 없어서였다죠. ‘주광의 스트레인’의 세라도 그랬고요. 를르슈가 방금 전 한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그녀도 의심해보기야 했겠죠. 다만 그의 말이 거짓이든 진실이든 한 가지는 확실해진 겁니다. 저런 말을 하기에 이른 이상 를르슈는 더 이상 물러설 곳도 없고, 결단코 질주를 멈추지 않을 거라는 걸 말이죠. 그렇기에 슈나이젤이 를르슈보다 위험한 계획을 획책중이란 것도 모르고, 프레이야를 사용하겠다는 데 동조한 겁니다...
기사와 마녀, 검과 방패
스자쿠가 대책 없이 망가지던 를르슈의 멱살을 붙잡는 걸 보면서 좀 딴 생각이 들더군요. 나나리가 만들어준 인간관계 중에서도 첫 번째라 할 그가 나나리 때문에 부셔지는 걸 오래비를 틀어잡는 것도 자연스런 거겠죠.
스자쿠가 친구의 약점도 적도 제거하는 검이라 자칭하는 걸 보면서 씁쓸했습니다. 이전에 유피의 기사가 될 때, 기사란 검과 방패를 겸비해야 한다고 맹세했었지 않았던가요. 를르슈와 자신이 서로 간에 쌓아온 행태와 잘못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을 아프게 했던 업 때문에 그는 더 이상 누군가를 지킬 방패로써 살아갈 자격이 없다고 스스로에게 못 박은 겁니다. 할 수 있는 것은 칼놀음 뿐이며, 필요하다면 를르슈를 대신해 나나리도 칠 것이라고 선언한 거죠. 하지만 위태위태한 줄타기를 해나가는 친구는 더 이상 스스로를 지킬 여력이 없기에 자신이 짊어지지 못한 짐을 또 다른 공범자에게 당부했던 겁니다.
한 달 동안 셋이서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눈 모양입니다. 를르슈와 C.C.가 서로에게만 했던 이야기마저 알고 있을 정도니까요. 하지만 공범자라 되뇌이는 여인의 한마디는 이전과 다른 느낌이 들죠. 하긴 그토록 숨겨오던 계약의 세부사항을 비롯해 서로에 대해 너무도 많은 걸 교감한 만큼 그네들의 관계도 변할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중반에 를르슈의 결심을 재확인한 C.C.는 생각을 굳힌 듯 눈빛을 다잡는데, 스자쿠는 란슬롯의 수리 및 재도장을 보면서 여인의 결심을 확인합니다.
란슬롯은 그에게 있어 세계 및 자기 자신을 바꿔나갈 계기와 수호의 방패라 할 존재이며, 알비온은 ‘제로’를 향해 나아가야만 하는, 말 그대로 자기 자신을 비롯해 누구도 지키지 않고 멸살만을 행할 스스로를 상징하는 물건입니다. 그렇기에 그를 축으로 란슬롯과 알비온이 어깨너머로 비춰지는 시퀀스가 여러모로 기억에 남는군요.
그의 심경도 복잡했겠죠. 여인의 결심이 반갑기도 했지만, 눈앞의 란슬롯은 현재 타고 있는 알비온과 달리 참 많은 상념이 담긴 기체니까요. 한 달 전까지 탔던 콘퀘스터나 프레이야 장착버젼은 모두 처음 탄 란슬롯을 개조한 결과물들이었으며, 알비온의 경우 홍련의 데이터를 입수한 로이드와 세실이 설계부터 다시 만든 물건이었죠. 그렇기에 란슬롯에 비해 알비온은 보디라인도 비교적 곡선이 많이 들어가 있고요. 생각해보면 세실의 예언대로 자기 자신과 스스로의 세계가 변하는 계기를 준 반신이었으며, 란슬롯에 몸을 담고 있을 때만해도 자신은 어디까지나 지키기 위해 싸워나갈 거라는 덧없는 믿음이나마 견지할 수 있었지 않았던가요. 한 달 전 스스로의 믿음을 완전히 날려 보낸 잘못을 저지른 순간, 란슬롯도 무지막지하게 망가졌었죠. 마치 그의 믿음이 곧 부서질 거라는 것을 예언하듯이 말입니다.
스자쿠는 도색이 바뀐 예전 자가용을 보면서 완전히 생각을 바꾸다시피 한 스스로의 변모와 더 이상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싸울 수 없게 된지라 타인에게 이를 떠맡겨야 하는 처지가 떠올라 속이 쓰렸던 겁니다.
오래비의 회한, 군주의 부정, 인간의 결심
사요코가 나나리를 위해 를르슈에게 달려왔다고 설명하는데, 바로 다음 대목에서 를르슈 본인은 누이만을 구원할 수 없는 처지를 드러냅니다.
를르슈와 C.C.의 대담은 1기 23화와 비슷하면서도 여러모로 엇갈리더군요.
1기에선 를르슈가 C.C.가 기다리던 방으로 들어가자, 여인이 블라인드를 쳐 방을 어둡게 했죠. 당시 를르슈는 여동생과의 통화로부터 또 다른 누이를 죽인 사실을 되새겼고, C.C.는 그를 정면에서 보듬었습니다. 이때 C.C.는 를르슈를 위로해주면서도 그가 저지른 죄악을 확인시켜주고, 돌이킬 수 없는 길을 은근 슬쩍 종용했죠.
본편에선 C.C.가 어두운 방에 틀어박힌 를르슈를 찾아내는데, 유일하게 빛이 새어 들어오는 입구를 등진 채 입실합니다. 동시에 1년 전과는 달리 그때와 비슷한 의도에서 누이를 향해 정반대되는 가면을 썼던 청년의 행동을 짚어주죠. 여기서부터 이미 그녀의 행동과 의도가 1년 전과는 한참 다르단 걸 강조해준 셈입니다. 당시와 달리 그녀는 원한다면 ‘행동의 결과’로부터 물러서라고 권하기까지 합니다. 이제까지 중에서 지금만큼 그녀가 파트너의 약한 구석을 받아준 일이 있었던가요. 를르슈는 외려 스스로를 몰아붙이는 대답을 돌려주지만요.
그때와 달리 서로의 등을 맞댄 것은 공감만이 아니라, 를르슈가 그토록 부정하려는 인간성을 대신 부각시켜주겠다는 뜻이기도 했죠. 스스로를 자해하다시피하는 청년의 행태가 보기 안쓰러웠던 거죠. 방 한구석에 자리잡은 검은 왕을 를르슈 쪽에 놓아두듯 비춰지는 장면이 서글프더군요. 이전과 달리 입은 옷만큼이나 자신을 텅 비워가며 나아가려하지만, 그가 품은 뜻은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변하지 않았다는 뜻이니까요.
1년 만에 다시금 공범자들의 연민이 반복됩니다만, 그들은 더 이상 공범자가 아니었습니다. 한 때 마녀는 청년의 내면 속에 또아리를 튼 마왕의 목소리를 대변하곤 했죠. 그러나 본편에선 그가 인간으로써 지닌 딜레마를 드러내줍니다. 1년 전 누이를 구하기 위해 모든 걸 버리려했던 동반자를 순수하게 돕고자했던 것처럼... 여인은 이번엔 정반대로 누이마저 부정해야만 하는 청년을 위해 비슷한 맥락에서 결심을 다집니다.
결전
슈나이젤을 그토록 두려워했던 성각과 흑기사단이 위험인물과 손을 잡고 를르슈와 맞서는게 황당하기는 합니다. 자기나라 수도를 날려먹은 놈인데 말예요. 뭐 슈나이젤의 최종목적은 모르는데다, 그만큼 를르슈가 두려웠던 탓이라 봐야겠죠. 성각도 돌대가리는 아니니 싸움이 연합측의 승리로 끝나면 그 즉시 슈나이젤의 뒷통수를 까려했던 건 아닐까요.
를르슈는 18번이라 할 인질극을 벌이는데, 성각이 난리를 치자 낄낄거립니다만, 슈나이젤은 모든 걸 예측하고 있었죠. 를르슈 성격상 잡아둔 인질을 안 써먹을 리 없고, 흑기사단의 반응도 뻔하니 요걸 구실삼아 자신의 지휘권을 확보하기만 하면 그만이었던 겁니다. 이를 읽고 조언했던 게 카논이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듣자하니 군사적인 방면에만 한정하면 슈나이젤의 능력은 를르슈나 코넬리아보다 약간 처진다네요. 워낙에 상식에 얽매이지 않고, 시야가 넓은 데다, 정치나 음모마저 합산한 전반적인 전략의 관리능력이 엄청나서 충분히 커버하고도 남지만요. 카논은 이전에도 비슷하게 조언을 해준 적이 있었는데, 그렇잖아도 재능이 넘쳐나는 주공을 보다 완전하게 가다듬어 준 게 이 친구였던 거죠.
전투를 서두를 수밖에 없었던 게 다모클레스의 건조를 통해 슈나이젤의 의도를 간파했던 를르슈는 이놈의 물건이 소정의 위치와 고도에 도달하기 전에 끝장을 보려 했던 겁니다. 후지산 주변에 진을 친 거야 후반의 화공을 위한 거였고요.
를르슈와 슈나이젤은 얼마 전에 뒀던 체스의 2라운드를 하겠다는 듯, 장기놀음을 합니다. 서로 낚시와 견제를 반복하는 가운데, 조금씩 긴장을 조여 가는데... 타마키 말대로 보는 사람들에게 참 진도 안 나가는 게임이었죠.
그러나 칼잡이인 동시에 전술지휘관으로써 일가견이 있는 토도와 성각은 이 둘이 심상으로 수십 합의 충돌을 벌이고 있다는 걸 실감하죠.
형제의 성격 차는 전술에서도 그대로 드러납니다. 모르는 사이에 둘러치는 형과 적극적인 공세를 애호하는 동생... 결국 먼저 빈틈을 잡아낸 것은 슈나이젤이었으며, 여기다 흑기사단을 가차없이 찔러 넣더군요. 그가 디트할트를 데리고 있던 것은 이 날을 위해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언젠가 를르슈가 사고 칠 때 흑기사단과 자신을 이어줄 접점이 되는 동시에 전력으로써 정확한 정보를 파악해둬야 했거든요. 자신들의 실력을 제대로 이해해 이용하는 그에게 성각이 놀라는 거 보세요.
흑기사단이 를르슈를 제대로 압박하죠. 적으로 돌아서니 전투력이 3배는 증강된 것 같은 양상을 보이는데... 몇 가지 요인이 있었어요. 그들의 능력을 제대로 파악해 적재적소에 잘 갖다놓은 슈나이젤의 안배, 제국측의 에이스급 실력자가 부족한 실태, 그리고 제국군과의 싸움에 이골이 난 기사단의 관록이 크게 작용한 거죠.
스자쿠의 활약이 전편만 못한 이유는 신기체등장 보정이 끝나서가 아닙니다. 싸움 스타일 이 문제였죠. 원체 혼자서 쓸어버리는 쪽으로 특화된 친구인데다, 꼭두각시들이라곤 해도 아군들이 사방에 있는 상황에서 그놈의 레이저 소나기를 갈길 수야 있나요? 저번 편에서 홀로 출격했던 이유 중 하나가 이거였죠.
그런 면에서 기사단의 에이스들과 스자쿠의 차이가 여실히 드러나는 에피소드이기도 했습니다. 혼전 속에서 가장 쓸모 있는 인력은 스자쿠 같은 여포타입보다는 주변사람들과 손발을 그런대로 맞추면서도 돌발적인 사태에 나름대로 대응할 줄 아는 판단력도 그럭저럭 갖춘 팀플레이어들인 거죠.
가장 중요한 이유는 누구보다도 브리타니아를 증오하던 를르슈 자신이 조국을 까부수기 위해 골라 뽑아 다듬은, 세상에서 가장 브리타니아에 날카롭게 들도록 길들인 비수들이었기 때문이죠. 더욱이 흑기사단은 늘 열세에 가까운 상황에서 발버둥 치며 싸우고, 치고 빠지는 데 익숙했거늘, 전력비가 비슷한 상황에서 최고등급의 지휘관이 능력을 십분 살리게끔 해주니 신났죠, 뭐.
를르슈 자신에게 있어 최고의 검이었던 자들이 이제는 그 자신의 목을 찌르려 드는데, 그들의 목표자체는 이전과 다를 게 없이 제국의 파괴란 점이 묘합니다. 홍련, 참월, 신호... 이전에 몇 번이고 그의 수족으로써 적을 베어 넘기던 자들과 자신의 수호신이었던 거웨인의 하드론포를 이용해 만든 확산중포-이전에 중화연방에서 그의 궁지를 구해줬던 물건이 를르슈의 살을 파먹기까지 합니다.
를르슈도 결국 아껴둔 조커를 내보이고 맙니다. 우습게도 이 수법은 그가 이전에 흑기사단을 부려 몇 번이고 역전극을 연출했던 바로 전술이었죠. 흑기사단쪽에서도 기분이 삼삼했을 겁니다.
사방이 불바다가 되고 아군의 전력이 팍삭 깎여나갔는데도 슈나이젤은 적의 전력이 감소된 것에 주목하더니, 한 발 더 나아가 흑기사단이 박살난 덕에 마음껏 프레이야를 쏴도 되는 공간이 생겼다며 희희낙락합니다. 를르슈의 말대로 집착이란 개념이 없는 놈답게 전력손실이나 전술적 패배도 실패로 보질 않는 겁니다.
후지산폭발에 휘말리면서도 적을 요격하는 데만 신경쓰는 부대원들이나, 를르슈의 자살돌격지시에 기꺼이 달려드는 아랫것들을 보면서 기어스의 참담함에 새삼 소름이 돋더군요. 더욱이 프레이야의 잔탄수와 봄버맨들의 숫자 대비를 계산해 니나의 필요성을 산출하고 말이죠.
프레이야를 뻥뻥 갈기는 슈나이젤이나 카미카제 돌격을 시켜먹는 를르슈를 보면서, ‘이놈들 제대로 미쳤구나’ 하는 생각만 듭디다. 으아.
닫으며.
제국군과 연합군의 전쟁판을 보면서 참 복잡한 기분이 들더군요. 마왕과 용자의 입장이 주인공쪽에서 볼 때 여러모로 역전된 것 같아서요. 를르슈를 보면 연설만 해도 자신의 야망을 뻔뻔하게 떠벌리고, 광신적인 똘마니들에게 자폭성 돌격을 지시해 전력차를 메우는데 최종보스들이 잘하는 짓이잖아요. 프레이야 같은 절대병기만 있었어도 진짜 딱이었는데 말이죠.
반면에 흑기사단 측이 오히려 용자처럼 보이는 것도 웃겨요. 슈나이젤이 거대한 악에 대항해 하나 되어 싸우자 연설하는 것도 그렇고, 제국군에 비해 보다 다채롭고 개성적인 전력들이 많은 것도 그렇고요. 보는 사람을 골 때리게 하는 건 어느 쪽도 마음 놓고 편을 들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사실 슈나이젤이나 를르슈나 정도의 차이는 있다한들 대놓고 교통질서를 위한 피바다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녀석들이니... 나쁜 놈, 좋은 놈이 아니라 나름대로 사정 있는 놈들이 치고받는 거야 건담 같은 작품에서도 흔한 이야기지만, 그럼에도 더 부정적인 측과 덜 부정적인 측이 분명하게 나뉘곤 했잖아요. 그런데 이놈의 작품은 어느 쪽이곤 이 모양이니 원.
슈나이젤이 이토록 징글맞은 썩소를 지은 건 처음이죠. 그 자신도 승리를 확신한 겁니다. 그의 관점에선 를르슈가 참 가소롭겠죠. 이전에는 브리타니아에 대항하기 위해 괴상한 가면을 쓰고 날뛰다가, 이제는 악의어린 가면을 쓰고 패도를 걷고 있으니... 반역자의 길이든 정복자의 길이든 가면을 쓰지 못하면 버티지 못하는 주제에 이마저도 제대로 쓰지 못해 번번히 일을 망친(정확히는 망쳐가고 있는) 동생이 참 한심스러울 겁니다. 더욱이 황제가 된 다음엔 목표를 위해서라곤 해도 ‘악의 군주’놀음을 하고 있는데... 인간의 악의를 자유자재로 조종하면서도 자신에게 날아오지 못하게 하는데 도가 튼 그의 입장에서야 우습게 보이죠. 가면과 진짜 얼굴을 완벽하게 합치시킨 작자니까요. 그렇기에 처음으로 온전히 가면을 벗은 순간 오싹해지더군요.
ETC...
를르슈. 웬 칼질이래요? 저놈의 칼에도 눈알이랑 날개가 덕지덕지 붙어있는 걸 보니 어이가 없더군요. 미친 자식, 사쿠라다이트 광산을 날려먹다니. 이제 일본은 뭐해먹고 산대요? 전쟁 끝나면 진짜 큰일 났죠. 뭐 그래도 분쟁의 원인중 하나가 사라진 셈이니 좀 평화로워...지긴 힘들겠군요.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군사 분쟁 지역이 될 공산이 크니.
나나리. 축하한다, 오라버니들 덕에 대량살인마목록에 이름을 올리게 됐구나.
스자쿠. 단순히 생각하면 자기 자가용이었던 물건을 괴악한 색상으로 칠하니 기분이 거식했던 거죠, 뭐.
사요코. 그러고보면 참 이상해요. 직종에 어울리게 누구보다도 냉정하고 천연덕스럽게 타인을 속이고 빈틈을 찔러야하는 특성을 십분 발휘했으면서도, 생각 외로 아방하고 순진한 구석이 많으니... 제레미아처럼 를르슈랑 닮은 구석이 많단 말이죠. 근데 캄보디아에서 일본까지 설마 헤엄쳐 온 건... 제발 카츄샤 좀 벗으시죠, 누님?
세실. 특유의 야식에 로이드와 니나가 기겁하죠. 다른 건 몰라도 잠과 피로가 싹 달아난 것만큼은 확실합니다.
니나. 를르슈는 아마도 진실을 털어놓은 게 아닐까요. 후반에 진실로 협조해줄지 알 수 없다고 탄식하는데... 니나의 심리는 현재 를르슈나 스자쿠와 비슷하겠죠. 그녀에게 있어 제로도 증오스럽지만, 자신을 속이다시피 하고, 잔인하게 프레이야를 휘둘러대는 슈나이젤은 더더욱 용서가 안 되며,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이 용서가 안 된다 이거죠. 자신이 만든 최종병기가 이이상 떼죽음을 불러온다는 것 자체가요.
오우기. 제로를 처음으로 인정해 지금의 사태를 초래한 데 대한 책임이 어느 정도 있기에 싸움에 나가야만 한다... 그의 관점에서 보면 나름대로 타당한 생각이죠. 근데 임신시기를 볼작시면 탄핵사건 후 동거하다 경사를 맞이한 것 같은데... 괘씸한 자식 같으니.
비렛타. 이 둘에게 그다지 좋은 느낌은 들지 않지만... 그네들의 자식이 카렌과 달리 분쟁중인 두 나라의 가교가 될 수 있길 빌 따름입니다.
타마키. 죽을 때가 됐습니다. 이토록 멋지게 나오다니.
코넬리아, 진짜 죽었나? 브리타니아의 의학은 세계제일(...)이잖아요?
아냐. 기록으로 만들어주겠다... 그나마 몇 안 되게 정든 녀석들이니 직접 정리해주겠다 이거죠. 카논이 기억 운운한 주체는 아마도 나나리일 겁니다. 아냐가 슈나이젤에게 붙은 이유는 역시 나름대로 친한 나나리 때문이겠죠. 마리안느가 떠난 후에 조금씩 자아를 제대로 잡아가는 걸 본 나나리가 이 점을 지적한 게 아닐까요.
디트할트. 를르슈와의 눈빛교환이 심상치 않더군요. 기어스를 걸어뒀던가, 아니면 애초부터 편을 갈아탄 게 를르슈의 지시였던 걸까요. 무슨 수작을 또 부릴려고.
나와 스자쿠가 손을 잡으면 불가능은 없다. 그리 믿었지만... 슈나이젤의 무서움은 집착하는 게 없다는 점이다. 기어스를 알고 프레이야를 손아귀에 쥔 사내가 결과를 위해 무슨 전략을 세울지... 프레이야가 지배하는 전장에 더 이상 전술을 개입시킬 여지는 없는 것인가. 최후의 열쇠는, 그 카드는 슈나이젤 자신의 마음속에...!!
허이구야, 예고를 보니 누울 자리 찾은 놈이 여럿인 것 같더군요. 본편의 전투양상은 정말 끔찍하죠. 현실 속에도 야포나 함포, 박격포와 지뢰로도 사용가능한 전술핵이 있는데... 이것들이 정말 난무했으면 어찌 될지 그 단면을 엿본 것 같습니다. 를르슈의 말대로 기어스를 개입시킬 여지가 없어진 데다, 전술의 여지가 들어갈 구석이 없을 정도로 단순무식한 전략병기가 날아다니니 당하는 입장에선 환장합니다. 집착이 없는 자는 들쑤실 구석도 없는데, 어떻게 마음속에서 승리의 열쇠를 끄집어내겠다는 걸까요? 이놈의 집안싸움이 또 어떤 지옥을 연출할지 기대하면서 이만 줄입니다.